재단 설립자도 불구속 기속… ‘가족운영’ 실체 드러나
공익제보 뒷짐만 진 양평군, 비난 일 듯

2002~2014년 4억8000여만원 가로채

 

사회복지법인 은혜재단 설립자 최아무씨의 아내이자 재단 산하 시설 지게의집 원장으로 근무했던 박아무씨가 공금과 시설 입소 장애인의 돈까지 가로챈 혐의(업무상횡령) 등으로 지난 19일 전격 구속됐다. 최씨는 공범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 부부는 지난 2014년에도 공금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은혜재단 이사 구성과 관련된 ‘김종인 재단’과 ‘이영재 재단’의 법정 다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종인 재단 측이 지난 1월부터 장애인 수당 횡령 사실을 양평군에 4차례나 신고했지만 현재까지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군의 직무유기 행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최씨 부부는 지난 2002~2014년 상당히 광범위하고 대범하게 장애인들의 개인돈과 후원금 등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 부부에게 업무상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아내인 박씨를 구속하고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십수 년간 장애인 복지재단 및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며 국가로부터 매년 40억원 상당을 보조받았음에도 입소 장애인 수당 및 후원금을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신들의 요양원 및 카페 신축 공사비용으로 횡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2~2005년 입소 장애인 다수의 장애수당, 근로수당 등에서 1억800만원을 횡령한데 이어 2008~2014년 입소 장애인 개인돈인 각종 수당과 시설 후원금 등에서 3억5000만원을 빼돌렸다.

지난해 4~5월에는 지게의집 입소 장애인 모녀의 개인통장을 박씨가 보관하다 현금인출기를 통해 매일 70만원씩 총 2900만원을 인출하기도 했다(본지 4월6일자 2면 보도). 이 시기는 박씨가 2014년 공금횡령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기간이라 가중처벌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 부부가 십여 년 넘게 광범위한 횡령을 할 수 있었던 건 재단 산하 시설의 ‘가족운영’ 체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부의 조카며느리인 이아무씨는 2005~2013년 지게의집 회계담당자로 근무했고, 부부의 딸인 최아무씨는 2014년 역시 지게의집 회계업무를 맡았다. 경찰은 이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단순 지시이행으로 판단해 공범에 포함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종인 재단 측이 지난 1월부터 수차례 양평군과 경찰에 신고한 내용이 결국 경찰수사를 통해 재단 설립자 부부의 범죄혐의가 드러나면서 아직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군의 책임성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재단 측은 지난 1~4월 4차례에 걸쳐 지게의집 횡령 의혹을 군에 보고했지만 군은 지게의집은 물론 재단 산하 다른 시설들에 대해서도 전혀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장애인 복지수당 횡령 등 유사 사례가 군내 타 시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군에 관련 기관을 상대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는 은혜재단뿐만 아니라 군내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설립자 가족들로 운영되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에 의해 수사 후 혐의가 확정되면 제보자에게 검거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군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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