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 없나요?⑥-육동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충남대 교수>

최순실 사건으로 촉발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구속으로 일단 정리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부재한 가운데 대선을 치르고 있지만, 국정은 혼돈에 빠져있고 안보와 경제는 암흑 속에서 갈 길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국가의 총체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겨울 내내 국민들이 촉구해온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욱 험난하다.

이번의 충격적인 사건 속에서 국민들이 분출한 에너지는 많은 비용을 수반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값지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지방자치의 필요성과 성과를 확인한 점이다. 즉, 중앙정국의 혼란과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우리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구태와 적폐척결의 의지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라는 토대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는 지방자치제를 통해 중앙정국의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해서 민주주의의 틀을 지킬 수 있는 민주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이유로서 안정된 지방정국으로 새 대통령과 새 정부를 탄생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이다.

지방자치제는 평상시 많은 낭비의 주범이자 비효율적인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거나 연기할 때 나중에 치러야 할 위기관리 비용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에너지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인식도 지방자치를 통해 더욱 견고해졌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차가운 길바닥에서 토해낸 민중들의 집단지성의 힘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지방자치를 통해서 더욱 공고해진 성과로 평가된다. 참담함과 절망감 속에서 건진 한줄기 희망의 빛이다.

지난 정부까지 중앙정부 국정운영의 기본 틀은 중앙집권, 그것도 청와대 중심에서 크게 변하지 않아 왔다. 그동안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추진했던 국가안보, 국민안전, 경제·행정혁신 등과 관련된 정책들은 모두 중앙집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말았다. 터무니없는 비선 실세까지 설친 상황에서 썩을 대로 썩고 낡을 대로 낡은 대통령과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은 이미 언젠가는 터질 참사의 원인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이제 국가가 정상을 찾고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가라앉기 위해서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정을 개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통령만 새로 뽑는다고 달라질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현 국정운영의 틀과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는 일이다. 그것은 청와대 중심의 중앙권력을 입법부, 사법부와 함께 수평적으로 나누고, 통제중심의 ‘중앙집권적 국정체제’에서 경쟁과 협력중심의 ‘지방분권적 국정체제’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운영방식은 투명과 공개, 소통과 협력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자치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지방분권이 국민품속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새 정부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완수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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