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박민기 양평경실련 정책위원장>

지난해 10월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연인원 6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뜨거웠던 겨울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후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대하드라마를 쓰고 있다. 촛불시민의 간절한 열망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대통령 탄핵과 함께 구속 수감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관련자들 또한 구치소에 갇혔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난 6개월 동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일을 겪고 있는 중이다. 우리 국민은 역사상 없었던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농락되는 동안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삶은 어떠했는가? 가장 크게는 국민의 혈세가 구멍 뚫린 항아리처럼 줄줄 새어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새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뚫린 구멍을 메우는 일일 것이다.

중앙에서의 변화가 양평에서도 일어날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질까? ‘그럴 것이다’라는 확신이 선뜻 들지 않는다. 왜일까? 의회민주주의는 국민이 국민의 대표를 뽑고 그들을 통해서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언론에서 연일 이야기하는 공약들이 낯설고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인물선거가 아닌 정책선거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놓은 정책은 과연 믿을만한가? 또 다시 빈 약속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국민촛불을 거쳐 만들어낸 이번 선거는 이전과는 좀 다를 것인가?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간절히 열망한 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일례로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500만명의 국민이 서명했으나 이는 다시 국회에서 숱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통과해야만 했다. 수많은 국민이 동의를 해서 요구를 해도 국회라는 벽에 막혀버려 좌절해야 했던 일은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일각에서 국민발안제를 개헌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국민의 일정 수 이상이 법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이를 무조건 승인하여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실제로 여러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또한, 시민의회라는 제도가 있다. 국회와는 별도로 시민의 대표를 다수 선출하여 이들에게 주요한 법안에 대한 심의권과 국회운영에 대한 법, 선거에 대한 법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양평으로 본다면 주민이 뽑은 국회의원 1인을 대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대표가 주민의회에 대표로 참여하여 주민의 의견을 개진하고 의회의 결정을 다시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주민의 의견을 모아 조례를 발의하고, 군수나 군의원에 대한 소환의견도 낼 수 있다면 주민들은 비로소 양평군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 본다.

물론 주민의회는 면별로 수십 명씩 대표를 뽑아 직접민주주의에 가깝게 하고, 그들이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조례가 가능한지 군의회가 검토해주었으면 좋겠다. 법적, 제도적으로 시행되기 전이라도 군민들의 합의가 있다면 면별 대표들-이는 이장, 새마을지도자나 각종 지역단체들의 대표가 아닌 일반주민이어야 할 것이다-로 주민의회를 구성하여 주민들의 뜻을 군과 군의회에 전달하고 청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랬을 때 선거도 정치도 지금보다 수백 배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이러했을 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2항은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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