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 성공스토리> 능수엄마

67회 항상 새벽이어야 한다

 

운영위원회는 약칭을 위원회라 정했는데 사장님은 극구 회장직을 사양하셔서 내가 회장을 맡기로 하고 사장님은 고문으로 모셨습네다. 사모님은 부회장을 맡으시고, 위원은 팀장 이상으로 정했는데, 여게서 홀1팀장은 1층 서빙 책임자이고 홀2팀장은 2층 서빙 책임자외다. 능수엄마는 직책상으론 미스 강보다 낮은 직급이지만 그동안 마담으로 근무해온 터라 그에 상응한 대접을 해주시기 바랍네다.

 

“능수는 대답 안 해?”

“네에.”

“너희 둘은 싸우고 싶을 때가 많을 텐데 그동안 무척 참아온 셈이지.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해. 너희들은 머잖아 경영자가 될 사람들이야. 앞으로 지점을 하나씩 맡아서 운영해야 되는데 시시한 감정 따위 조절 못하고 싸워? 그처럼 유치한 사고방식으로 사장 노릇 하겠어? 미스 강, 너 훌륭한 경영자 되고 싶다며? 그런데 능수엄마 하나 포용하지 못하고 경영자 되겠어? 능수엄마 너도 마찬가지야. 미스 강이 부모 죽인 원수라 해도 용서하고 이해해서 화목해야 하는데 네 성격대로 설쳐? 네 성깔 도저히 못 고치겠니?”
그때 허마두가 김춘수를 데리고 휴게실로 들어선다. 나는 입을 다물고 한숨만 내쉰다. 소파에 앉은 허마두가 분위기를 무시한 채 공식적인 말을 꺼낸다.
“어제 사장하고 춘천옥 장래에 대해 걱정했더랬어. 앞으로 신촌에 분점을 낼까 하는데 급한 문제가 한 둘이 아니라메. 젤 큰 걱정이 운영할 사람이디. 장소야 돈만 있으믄 되니께니 해결할 수 있지만 운영을 맡을 지점장과 기술 인력이 문젠 게야. 기거에 대해 의논해야갔어.”
“그보다 신촌에 간 일은 어찌됐나?”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묻는다.
“마땅한 장소를 알아봤디. 우리 계획에 맞는 땅도 있고 집도 있긴 해. 사장이 보고 결정을 하라메.”
“지배인은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아나?”
“내가 기걸 어캐 알간. 무슨 일인데 기래?”
나는 능수엄마와 미스 강을 지적하며 일부러 화를 낸다. 그들로 하여금 지점 계획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할 속셈이다.
“너희들 방금 지배인 말씀 들었지? 이렇게 중대한 일을 앞두고 운영팀을 걱정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기껏 이년저년 하며 싸움질이나 해? 관리 능력을 길러서 훌륭한 경영자가 될 꿈은 꾸지 않고, 시시한 기분 갖고 악다구니나 퍼대? 상대방에게 져주면 안 되니? 져주면 병신 되니? 져주면 죽니? 참, 싸울 것도 많다. 뭐가 그리 분해서 싸우니? 게다가 울기까지? 뭐가 원통해서 울어? 눈물 찍찍 짜는 것들이 경영자 되겠어? 춘수 봐라. 나이 어린 춘수지만 함부로 성질을 부리던? 함부로 눈물 짜던? 이런 동생한테 창피스럽지도 않니? 너희들 지금 얼마나 바빠야 하는지 알아? 사장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시시한 일로 싸우고 울어? 그렇게 한가하니?”
“죄송해요.”
“이제 유치한 짓들 그만 해라. 서로 의견충돌이 생기면 싸우지 말고 설득시키랬잖아? 설득할 줄 모르면 지배인한테 배우랬지? 그런 공부에는 소홀하고 싸우는 데에 시간 써?”
“죄송해요.”
“죄송합니더. 지도 참을라 캤지만도 대성옥에 있다온 걸 흉보니까네 분해서…”
“분해? 창피한 짓을 했으면 더 참아야지 분해? 그래서 싸우니까 속이 시원하던? 그리고 미스 강 너는 할 말이 따로 있지, 그런 약점을 건드리면 쓰겠어? 네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회의를 시작할 테니 지배인은 말을 계속해요.”
“사장님 말씀을 들으니께니, 나부터 철없이 살아온 거이 낯 뜨겁소. 여러분은 이제 하루하루 달라져얍네다. 달라지지 않으믄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습네다. 친자식도 자격이 모자라믄 경영을 맡길 수 없는 거이 사업입네다. 날고뛰는 사람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시시한 정신력 갖고 이길 수 있갔시오? 잘살고 출세하고 싶은 사람은 오늘부터 확 달라지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은 지금 포기하기오. 그 대신 지점장이 되믄 어드러케 달라지는가를 말하갔시오. 기본급에, 고급 승용차에, 숙소가 제공되고, 순이익의 20프로를 성과급으로 받습네다. 자신이 유능해서 장사만 잘하면 빈손으로 부자가 되는 기야요. 이런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데, 싸움질이나 하믄 되갔시오? 영업시간도 됐으니 이 정도로 그치고, 오늘 서둘러 지점에 대해 공지하는 건 여러분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함이니께니 이 시간부턴 새로운 각오로 앞장서주길 바랍네다.”

#
우리 부부와 지배인 허마두, 마담 미스 강, 주방장 김춘수, 홀1팀장 능수엄마, 홀2팀장 진애경, 보쌈팀장 오만기, 막국수팀장 조자림, 김치팀장 평강댁, 경리 윤지연이 휴게실에 모이자 허마두가 먼저 일어선다.
“오늘 운영위원회 첫 회의를 열기에 앞서 반가운 소식부터 전해드리갔시오. 사장님이 그동안 심적 갈등을 겪어오다가니 춘천옥의 재도약을 위해서 경영에 적극 참여키로 결심을 굳혔습네다.”
허마두가 박수를 유도한다. 나는 민망한 얼굴로 일어선다.
“소설만 쓰다 죽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내가 춘천옥 장래 때문에 갈등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박수를 받는다는 게 어색하고 미안합니다. 방금 지배인님이 적극참여란 말을 했는데 구체적인 일상 업무에서는 손을 뗄 수밖에 없으니 여러분들이 지배인을 모시고 일심으로 이끌어나가길 바랍니다. 다른 말 생략하고, 신촌 지점은 춘천옥 개업 십오 주년이 되는 날 오픈할 계획이오. 그러니 모든 준비완료는 그 날짜에 맞추도록 서둘러줘요. 앞으로 2년 반이 남았지만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래서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고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여태까지 나와 허마두, 능수엄마, 미스 강, 김춘수 이렇게 다섯이 모여서 의논해온 모임을 팀장 이상으로 확대해서 운영위원회라고 명칭을 붙이기로 했어요. 자세한 내용은 지배인님이 말씀해주시지요.”
“보고 드리기에 앞서, 오늘부턴 김춘수 주방장의 약혼녀 되는 윤지연 양을 동석시키기로 했습네다. 윤지연 양에게는 경리 업무가 맡겨질 테니께니 운영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참석하는 겁네다.”
허마두는 프린트해온 얄팍한 서류철을 참석자에게 나눠준다.
“여게는 운영위원회 조직과 사업계획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시오. 운영위원회는 약칭을 위원회라 정했는데 사장님은 극구 회장직을 사양하셔서 내가 회장을 맡기로 하고 사장님은 고문으로 모셨습네다. 사모님은 부회장을 맡으시고, 위원은 팀장 이상으로 정했는데, 여게서 홀1팀장은 1층 서빙 책임자이고 홀2팀장은 2층 서빙 책임자외다. 능수엄마는 직책상으론 미스 강보다 낮은 직급이지만 그동안 마담으로 근무해온 터라 그에 상응한 대접을 해주시기 바랍네다.” 

김용만 소설가(잔아문학박물관 관장)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