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면체육회 산하 ‘양서봉사산악회’ 집수리봉사

읍․면마다 취약계층을 추천받아 집수리를 해드리는 봉사가 진행되고 있다. TV프로그램에서 방영되는 러브하우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주민들이 나서 자신이 가진 재능과 정성으로 이웃을 돕는다는 점에서는 더 가치 있는 나눔이다. 지난 20일 양서면체육회 산하 ‘양서봉사산악회’의 집수리 봉사현장을 취재했다.

화재피해를 입은 가게와 살림집에서 이삿짐을 옮겨 나르고 정리를 도왔다.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양서면사무소 앞마당에 양서면체육회 산하 ‘양서봉사산악회’ 회원 70여명이 모였다. 지난해 11월 결성된 산악회는 산행과 봉사를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봉사는 여성 회원들이 주축이 된 거리 환경정화 활동과 화재피해를 입은 가구의 이사 돕기, 취약계층 2가구의 집수리로 나눠 진행됐다. 간단한 점검을 마친 회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조별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사를 도울 곳은 화재피해를 입은 양서농협 인근 여운전(76)씨의 가게와 살림집이다. 이달 초 누전으로 추정되는 애견숍 화재가 옆집 여씨의 집으로 번지면서 가게와 가정집 모두 피해를 입었다. 화재로 검게 그을린 채 방치된 마당의 살림살이들과 화재가 일어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잠깐 사이에도 몸에 배는 탄내가 그날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오전 7시20분쯤 불이 났는데 할아버지는 잠이 깨어있었고, 나는 아침 기도를 하고 있었어. 옆집에서 ‘형님 불났어요’라고 외치는 소리에 얼른 뛰쳐나와 살았지. 40년 동안 해오던 쌀가게인데 이렇게 됐어. 생계 때문에 계속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뭐라고 할지 걱정이야.”

도배기술이 있는 회원이 주축이 돼 20년 만에 방과 마루 도배를 해드렸다.

현장에 도착한 남성 회원들은 집안과 가게의 짐을 트럭으로 나르고, 여성 회원들은 이사할 곳에서 짐정리를 도왔다. 집주인이 정리해놓은 박스와 살림살이들을 트럭에 실어 1차로 출발시킨 후 나머지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남성 회원들이 애써 좁은 창문으로 냉장고를 빼냈지만 전기를 연결해보니 고장이 나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가게에 있던 냉장고도 오랫동안 전기가 끊긴 상태로 있다 보니 음식물이 상해 냄새가 진동했다. 행여 쓸 만한 게 있을까 이것저것 챙겨보지만 신통치가 않다.

여씨는 “진작 치웠으면 음식도 상하지 않았을 텐데 감기 몸살이 나서 어쩔 수 없이 이제야 치우게 됐다”며 “여러분이 나서서 짐도 날라주고 정리하는 것도 도와주니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회원 2명이 집주인이 나무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양변기를 떼어낸 후 바닥의 시멘트가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리가 이뤄진 집은 도곡리와 국수리 두 가구다. 90세 고령의 한의식 어르신이 사는 국수리 집에서는 20여년 만에 도배도 하고, 화장실에 양변기도 설치하는 등 집안 불편한 곳을 두루 손봤다. “막내 장가갈 때 너무 없어 보일까봐 도배를 했는데 그 후론 못 했지. 남한테 못된 일 안 하고 살았는데 내가 복이 없어서….” 어르신은 고마운 마음과 미안함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방 2개와 마루까지 3곳을 도배하는 일에는 도배기술이 있는 한성우, 이상호씨 등 서너 명이 달라붙었다. 오전 10시에 도착해 준비해간 20롤의 도배지를 재단하고 풀을 먹여두었다 점심식사 후 본격적으로 도배를 시작했다.

20년 만에 도배를 한다는 두 사람은 옛 추억을 떠올렸다. “옛날엔 시멘트 담는 양회종이를 물에 불려서 초배지로 썼는데… 양회지로 초배지를 발라놓으면 마르면서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대포소리 같았다니까.” 오랜만에 잡아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벽이 울퉁불퉁해 벽지를 고르게 붙이기가 쉽지 않다. 옛날집이라 천장이 낮아 그나마 일이 수월했다.

집주인 노부부가 안 쓰는 문을 막아 찬바람이 들지 않게 보수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집 뒤편에선 류성곤(67)씨가 고장 나 사용하지 않는 문을 나무판자로 고정했다. 겨울에 찬바람이 들지 못하게 아예 막아놓으려고 비닐까지 덮어 황금색 실리콘으로 마감을 했다. 류씨는 작업을 지켜보는 어르신에게 “이 실리콘이 굳으면 죽어도 안 떨어져요. 돈 많이 들어와서 부자 되시라고 일부러 황금색으로 붙이는 거예요”라고 설명을 해드렸다. 그는 “일도 잘 못하는 초보자가 해드린다는 게 주제 넘는 것 같고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하니깐 되긴 되네요”라며 웃었다.

마당 끝에 따로 놓인 화장실에선 변기 설치가 한창이다. 전문기술이 있는 심천우(67)씨와 남용현(66)씨 담당이다. 집주인이 나무로 좌변기를 만들어 옛날식 화장실에 얹어 사용하던 것을 들어낸 뒤 시멘트를 바른 후 좌식 양변기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심씨는 “나무로 양변기도 만들고… 이 집 어르신이 손재주가 좋은 것 같다”며 “직원들 시키고 손 땔 나이인데 봉사를 하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도곡리 정순례(83) 어르신 댁에는 남성 회원 4명이 세탁기 설치작업을 해드렸다. 정씨는 “이 나이 먹도록 개울에서 빨래를 해. 날이 궂을 때나 겨울엔 부엌에 있는 짤순이로 빨래를 짜서 널지. (세탁기도 놓아주고) 인심이 이렇게 좋아”라며 세탁기가 놓이기를 기다렸다.

보일러실에 세탁기를 설치해드리려니 세탁한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 배관공사가 시작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작업은 점심을 넘기도록 이어졌다. 세탁기를 설치할 보일러실에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집밖으로 배수로를 만들고 배관을 묻은 후 시멘트로 덮었다. 세탁기 급수는 보일러의 관을 이용해 설치했는데 마무리 작업을 하다 보니 전기를 꽂을 곳이 마땅치 않다. 시멘트 미장하느라 흙손을 사러 내려갔다오니 이번엔 콘센트를 사와야 한다. 간단한 작업 같지만 이래저래 쉬운 일이 없다. 세탁기 설치를 맡은 이상우(57)씨는 지역에서 건축․설비 일을 한다. 그는 “직장 다니는 사람은 (기술이 있어도) 봉사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 같이 자영업 하는 사람이 일손을 보태야지”라고 말했다.

최성호 양서면체육회 회장은 “봉사는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한데, 오늘 도움을 받은 어르신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는 분들도 계셨다”며 “봉사를 통해 지역이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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