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용은성 편집국장

양평지역 정치지형의 변화가 눈에 띈다. 옛 동지가 순식간에 적이 되고 그 주변인들의 관계는 어색해졌다. 누구말대로 바람난 배우자와 불편한 동거를 하느니 서로 갈 길을 가는 쪽이 속편하다. 반면 서먹했던 사이가 좋아져 갑자기 동맹을 맺기도 한다.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곳곳에서 동맹관계의 변화가 오는 것처럼 양평지역 정치판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영논리 따위는 케케묵었다며 저 멀리 내버린 지 오래다.

김선교 군수가 15∼16일 양평 코바코 연수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전국 원외당협위원장 1박2일 워크숍에 참석했다. 반차까지 내면서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40대 초반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만47세에 군수가 된 엘리트 행정가는 3년 만에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그로부터 7년 뒤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두둑한 배짱’의 결과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현직 지자체장으로서 김 군수의 정치적 행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탄핵정국 속에서 모험이라는 우려의 시선과, 군정업무의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그가 지금의 행보를 걷는 까닭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정병국 의원과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었어도 두 사람의 사이에 신뢰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어찌 보면 정치적 가치관이 다른 물과 기름이 신기할 정도로 오래 지속됐을 정도다. 자연상태에서 결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은 난장판의 정치환경에서 각자도생의 화학적 작용을 일으키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의 대표가 된 정병국 의원은 김 군수의 행보가 못마땅함을 넘어 ‘경쟁자’로 여기는 순간 불안해할 것이다. 그것도 보수의 적통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하는 자유한국당의 워크숍 행사를 자신의 지역구에서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바른정당은 지지율 조사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탄핵기각 시 의원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당 대표를 맡고 있는 그로서는 5선을 하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40%대 지지율 고공 행진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고, 대권주자 3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대략 60%가 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주양평지역위원회 사정은 좀 복잡해졌다. 정동균 위원장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직원들이 수년간 먹는 물 수질검사를 조작해온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과 관련해 15일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본지에 알려왔다. 처음에는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정치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내다 도덕성 책임에 결국 사퇴의 결단을 내렸다. 지역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군민들의 지지도 갈라질 것이다.

‘위로부터의 개혁’의 실종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불러온다. 세계의 역사가 그렇게 진보해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세상의 이치를 물극필반(物極必反)으로 표현했다. 만물은 극에 이르면 변하는 이치다. 지금의 탄핵정국이 그렇고, 양평의 정치 상황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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