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용문농협 조합장>

“변화와 혁신·능동이 곧 농협의 미래,
조합원뿐 아닌 지역사회 모두 주인”

 

“용문역 바로 앞이 집인데도 가정형편 탓에 기차를 못타고 왕복 20리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어요. 빨리 취직할 생각에 망설임 없이 상고에 진학했죠.”

최영준(59) 용문농협 조합장은 학창시절에도 걷고 군대에 가서도 보병이어서 매일 걷는 게 일이었다. 그는 “원래 건강한 체질이 아니었는데 젊은 시절 의지와 상관없이 걷는 운동을 한 덕에 체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왕성한 활동이 필요한 조합장 일을 수행하는데 건강이 큰 자산이 됐고 상고를 선택한 것도 최선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최 조합장의 첫 인상은 ‘건실’했다.

최 조합장은 2015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양평군내 8개 조합장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61.5%)로 당선됐다. 그는 취임 당시 ‘낮은 자세로 조합원과 함께 용문농협이 새롭게 발전하고 거듭나는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취임 2년을 앞두고 그의 포부가 과연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최영준 용문농협 조합장은 농협이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주민에게 한층 다가가기 위한 첩경으로 직원교육 투자를 꼽는다. 그는 가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조합장 결재 없이 눈치 보지 말고 다녀올 것을 직원들에게 권유한다.

상호금융 5500억 ‘농협비전 2020’
지난해 4324억… 목표초과할 기세

용문농협은 지난해 말 기준 예수금 2354억원을 달성했다. 대출금은 1970억원으로 상호금융 여수신 합계 4320억원을 넘어서 곧 사업량 5000억원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

2020년 상호금융 5500억 달성 목표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 나오는 것은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농협을 알리고 신뢰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곧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기업에서 변화는 꼭 필요한 요소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변화에 발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최 조합장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가 돋보인다. 똑똑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여러 굴을 파 놓는다. 언제 닥칠지 모를, 늘 도사리고 있는 위기에 대한 준비를 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저마다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의 속도를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용문농협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최 조합장은 “기업 현장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분석-생각-변화의 사이클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분석보다는 감각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추진력을 얻는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보고-느끼고-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만을 위한 농협’이라는 인식에 왠지 모를 거리감을 두었던 지역주민들은 ‘농협의 지역 환원’을 강조하며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조합장을 보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용문농협 직원들이 새롭게 도약하자는 뜻으로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 앞에서 기념촬영을 가졌다.

마트 주유소 영농자재백화점 한곳에
단월면 조합원 위한 편의시설 조성

용문농협의 조합원 수는 단월면내 조합원 990여명을 포함해 3400명 정도다. 단월면은 순수한 농민조합원들이 대부분이지만 용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어왔다. 영농자재를 구입하거나 마트를 이용하려고 해도 용문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도 개인 차량이 없는 고령의 조합원들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최 조합장은 단월지점에서 10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어 이곳 조합원들의 가려운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용문까지 나오지 않고도 지역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단월지점에도 하나로마트가 있긴 하지만 매장면적이 66㎡에 불과해 많은 품목을 진열할 수 없다. 용문농협은 최근 단월면 부지 4000㎡를 매입했다. 기존 4900여㎡의 부지에 새로 매입한 땅까지 9000㎡ 가까운 부지에 하나로마트와 영농자재백화점, 주유소가 한 곳에 조성되는 것이다.

최 조합장이 단월면에 ‘공’을 들이자 그에게 ‘단월조합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추가됐다.

용문농협이 능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도 이전보다 한껏 올랐다. 최영준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전략회의 워크숍에서 체조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장학금예산 매년 올려 두 자녀까지
원-스톱 대학병원 건강검진 실시…
위독했던 10명 수술로 생명 구해

용문농협은 조합원들을 위한 지도교육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학창시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최 조합장은 장학사업에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합원 자녀를 대상으로 상하반기에 실시하는 장학금 지원사업도 일찌감치 두 자녀까지 확대해 실시 중이다. 고령화로 인해 장학금 지원 대상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 올해 7000만원인 장학금 예산을 매년 1000만원씩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3년 후면 1억원에 도달해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조합원들의 영농활동을 돕고자 전 조합원에게 소형 분무기를 지원했는데, 앞으로는 이를 개선해 영농자재 교환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2만5000원이던 교환권 액수도 매년 5000원씩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워 올해는 3만원으로 올랐다.

조합원 건강검진 기관도 지난해부터 대학병원인 경희의료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원-스톱 건강검진 시스템은 용문농협의 자랑거리다.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검사 결과 문제가 생기면 치료를 받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질병이 발견되면 바로 치료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건강검진 결과 생명이 위독했던 고령의 조합원 10명이 곧바로 수술치료에 들어가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은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용문농협의 건강검진 덕에 덤으로 살게 됐다는 조합원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남들 퇴직할 나이에 일하는 저야말로 인생을 덤으로 살고 있죠. 그 보답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최 조합장은 단월면 부지 매입 관련 이사회 준비를 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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