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1

 

2012년 11월에 출범한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가 경기도 마을만들기 공모지원사업비를 받은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가 출범한 이듬해 2월경 어느 날, 회원 중 누군가가 경기도가 시행하는 마을만들기 공모지원사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부랴부랴 지원계획을 찾아본 결과 그 지원 취지가 우리의 목적과 꼭 맞아떨어졌다. 주민에 의한 자주적인 마을만들기가 그 취지였고, 지원분야 중에는 마을경관분야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아뿔싸 신청마감일이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닌가. 아직은 신생 단체여서 면사무소 등으로부터 소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였기에 시간 때문에 신청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밤을 새워서라도 신청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양평군을 경유하여 경기도에 접수해야했기에 신청서를 만드는 데는 딱 하루의 여유만이 주어졌다. 밤늦게까지 작업이 진행됐고, 다음날 아침에는 100쪽에 가까운 신청서가 완성됐다. 마지막 날 접수한 지원신청은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고, 우리는 날개를 달았다.

사업비는 알뜰하게 사용되었다. 도시계획, 간판문화, 마을만들기 사례 등 분야마다 7~8회의 교육을 매주 받았다. 강사들은 우리의 열의를 수용해 일부러 서종까지 찾아와서 강의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규정된 사업비의 항목에는 교육비나 마스터플랜 작성, 공동체 형성비 등이 주로였지만 약 3000만원 범위 내에서 소규모 시설사업비를 쓸 수 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면사무소 부근에 작은 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뜻을 모았다. 면사무소는 많은 주민들이 방문하는 곳인데도 마당은 모두 주차를 위한 공간으로만 뒤덮여있지 사람을 위한 쉼터가 없었다. 민원을 처리하는 동안 기다리는 노인들이 차와 차 사이의 비좁은 바닥에 걸터앉거나,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위험하게 뛰어노는 장면이 흔했다. 주민들의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필요했다.

뼘공원이 만들어지기 전의 모습. 사람들이 차들 사이에서 쉬고 있다.
위 사진 왼편의 차량 두 대의 공간에서 이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아이들은 언제나 신발을 벗고 올라간다.

면사무소 앞마당, 작은도서관 바로 앞에는 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서종의 상징처럼 서 있다. 시골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 같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 공간은 두 대의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공간을 사람의 공간으로 바꾸어내자는 목표가 세워졌다. 면장님을 설득했다. 처음 대답은 당연히 예상했듯이 “NO”였다. “그렇잖아도 주차공간이 부족한데…”가 이유였다.

그러나 당연히 예상했던 대답이었기에 부드러운 설득작업에 돌입했다. 차보다는 사람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젊은 감각을 조금이라도 가진 청년들부터 설득했고, 그들이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조금씩, 조금씩 공감이 늘어갔고, 결국 수차례의 간이 공청회를 거쳐 동의의 단계에 들어섰다. 설계도는 당산나무 아래의 평상을 주제로 그려졌다. 면사무소 앞의 쌈지공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종 ‘한뼘공원’

가능한 한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작은도서관 아이들이 ‘한뼘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2013년 8월경에 시작한 계획은 이듬해 4월에 완성되었고, 3년에 이르는 지금 후속 유지관리는 서종면 청년회가 도맡아 책임지고 있다.

한뼘공원을 토대로 우리는 국토교통부의 경관대상을 탔다. 최근 3년간 약 30여 곳의 마을만들기 단체들이 벤치마킹을 왔다. 마을의 주민들이 힘만 합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마을경관을 만들 수 있는 ‘포켓 파크(pocket park, 쌈지공원)’ 하나가 우리 손으로 우리 마을에 생겼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쉬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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