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최영식 조현초 교장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정보사회의 정치 형태는 참여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력의 중심이 군사와 경제에서 정보와 지식으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참여 민주주의 발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혁명을 통해 정치적 의견이 쉽게 교환되고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높아지면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 격차가 심화되면 권력의 집중을 초래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시민 참여가 증가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요즘 젊은이들끼리 쓰는 말로 ‘헬조선’란 말이 있을 만큼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 경쟁 심화, 청년 실업, 노후 빈곤, 양극화, 높은 자살률 등으로 부끄럽고 우울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이 가져 올 가상현실은 사람들에게 환영을 심어줌으로써 현실의 우울감을 달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수 도 있다. 이는 현실도피로 악용되는 마약과 같은 것일 수 있다. 가상현실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이 있는 실존 삶터가 아니다. 모순으로 가득한 실제 삶터에서 구성원이 개선 의지를 포기한 채 가상현실로 도피한다면, 실존적 현실은 더욱더 비극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코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인류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만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를 밝은 희망으로 만들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새로운 미래에 건강하게 적응해 갈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교육에 다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혁신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육적 측면에서도 활발히 일어나 전통적인 교실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는 학생들은 최소한의 학습지침만 받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들이 필요한 전문가적 미래 역량을 키워가는 ‘사회적 학습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위에서 교육과정 내용을 자세히 표준화해서 이를 현장에 내려 보내고 교사가 이를 충실히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문명 앞에 인간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면서부터 인간성과 인간존재 가치에 대한 성찰과 함께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 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미래 사회를 예견하면서 학교의 종말과 사라질 직업으로 교사를 지목했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학교의 위기가 아니라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새롭게 정립될 수 있고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지속해 왔던 교과지식 중심의 근대식 학교교육이 이제 본격적으로 교육다운 교육, 인간중심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은 그런 측면에서 꾸준히 학교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중심교육, 학교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학생평가방법 개선 등 교과지식내용중심에서 미래핵심역량 중심의 교육정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비록 세계적 추세에는 늦긴 했으나 천천히 학교는 변화하려는 몸짓을 하고 있다. 이제 기성세대와 사회가 부응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교과서 지식내용만 암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교 밖 세상에 나와 실제적인 배움으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한다. 특히, 이제 막 태어난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유학기제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정작 미래 학교교육의 바람직한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지금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가? 란 질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 된다. 학생들에게 모든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는 곧 제도가 된다. 학교가 나서고 학부모가 나서고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습관화된 낡은 길을 떨치고 새로운 길을 가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10년 후 또는 20년 후 우리 학교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서 하나씩 실천해가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학교교육에 대해서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7년 대선이 우리의 미래와 학교의 모습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꿈을 꾸어본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